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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휴(休)

작성자
옹달샘
작성일
2017-08-24 11:36
조회
1572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었다.

의미 있게 바빴던 여름이지만 이제 그 모든 것들에게서 숨고 싶었다.

육체의 피곤이 나의 왕성한 열정과 감정마저도 바닥나게 하였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몇 배로 바빴던 만큼

모든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시간에 찾은 숲속의 하루에서

고요히 나 자신에게 머무르고 싶었다.

냇가가 보이는 방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몇 년 만에 찾은 숲속의 하루는 이런 나를 받아주었다.

그 사이 진입로가 새로 생겨 새 길로 들어서니 예쁜 야생화들이 반기어준다.

진정 자연과 마주하면서 내면의 쉼을 얻고 싶었던 나에게

꼭 필요한 방을 제공해 주신 사장님 덕분에

제비꽃 방에서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며 우리 부부는 짐을 풀었다.


여름 내내 저 물가에서 많은 웃음과 사연들이 만들어져

이제는 저마다의 추억으로 남겨져 있겠지


광복절이 지나면 물에 들어가기가 추울걸? 하는

직장 동료들의 말을 디스하고 싶은 나는

힘차게 흐르는 냇물에 발을 내딛고, 웃음소리와 뒤섞인 비명소리에 한바탕 웃어버렸다.


예전보다 길어진 온달동굴체험으로 막바지 피서를 하고, 소백산 자락을 남편과 오르며 대화를 나누고

강가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산책길에서 느끼는 마음의 여유는 사과나무 가지위의 잠자리처럼

자연에 동화되고 있었다.

산새소리가 울다 지쳐 잦아들 때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잠을 청하면서

쉴 휴(休)의 본질을 새삼 알게 되어 행복하다.

이른 아침, 흐르는 강물에서 낚시 줄을 던지는 분들을 보면서

브래드 피트의 ‘흐르는 강물’처럼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미소가 나왔다.


그래 삶이 나를 바쁘게 하고 저렇게 세차게 흘러가도

나는 순간을 낚으며 행복을 낚으며 또 살아가야지...

‘숲속의 하루’는 일상에 찌든 나를 이렇게 내면으로의 긴 여행을 하도록 부추겨 주기에 고맙다.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었다 오는 곳이 나에게 진정 필요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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